9월의 어느 토요일, 다다팀은 방배동의 한 연습실을 찾았습니다. <AURA> 공연의 연습이 한창이었는데요. 일부 장면 연습을 참관하고, 고스트그룹의 김혜윤 안무가님과 대화를 나눴답니다. 작품을 만들게 된 배경부터 장면에 담긴 의도까지, 이 인터뷰를 읽고 나면 무릎을 탁 치게 되실지도 몰라요. ✨

다다레터 지정 촬영

다다레터 지정 촬영


**유젠**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김혜윤** 💨 저는 김혜윤이라고 하고요. 현대무용을 기초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몸을 통해 표현할 수 있도록, 무용에만 국한되지 않는 여러 요소들을 찾으면서 놀고 있어요.

**유젠** 🖇️ 문화예술 콘텐츠를 다루는 뉴스레터를 제작하는 다다팀입니다. 무용을 소개하는 건 처음이에요!

**김혜윤** 💨 영광입니다. (일동 웃음)


**유젠** 🖇️ 그럼 바로 작품 관련 질문을 드려볼게요. ‘AURA’라는 제목으로 진동, 신체, 소리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공연을 만드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혜윤** 💨 제 모든 작업은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되는데요. 작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받아 전시를 했어요. 원하는 주제로 리서치 과정을 아카이빙 하는 전시였는데, 당시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등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슬픔을 이성적으로 다스리는 방법을 알고 싶은 거예요. 호흡은 슬픔의 감정에 다가설수록 가빠지잖아요. 그걸 해체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몰입을 했던 것 같아요. 그걸 계기로 호흡을 들여다보게 된 거죠.

‘내가 어떤 숨을 쉬느냐’에 따라 감정이 크게 증폭될 수도, 빠르게 발현될 수도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평소 호흡을 짧게 쉬거나 횡격막이 위로 붙어 있으면, 화나는 감정도 빨리 오는 거예요. 이미 호흡 자체의 텐션이 올라와 있으니까요. 그런데 거꾸로, 이성적으로 호흡의 형태를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근육을 기르는 것처럼 횡격막 역시 통제할 수 있다면, 내쉬는 호흡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어요.

호흡에 대해 연구한 결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라는 걸 알았어요. 한숨을 “하…”하고 쉬거나, “(숨을 들이마시며) 흐하하-”하고 크게 울잖아요. 이렇게 울 거나 흥분될 때 떨리는 호흡들이 동물한테는 나타나지 않고, 인간한테만 생기는 거더라고요. 인간에게는 한숨도 감정이 섞인 숨이지만, 동물들이 한숨을 쉬는 건 그냥 폐에서 바람이 빠지는 것에 불과해요. 우리의 한숨은 어떠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 뇌에서 일부러 작용을 해서 밀어내는 것이거든요. 이런 것을 알아가면서, 호흡이라는 게 우리 몸을 변화시키는 가장 작고 미세한 요소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몸을 시작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전시 이후 더 연구해 봐야지 하던 찰나, 이상한 계기로 행드럼을 배우게 됐어요. 스스로를 다스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행드럼도 정서나 정신적 영역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이 배우거든요. 악기 자체가 주는 울림이나 진동이 사람을 차분하게 해 주고, 긴장 역시 착 가라앉게 돼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전시가 끝나자마자 악기를 거의 같이 배웠어요. 호흡에 관심을 가지던 중 자연스럽게 악기까지 만나니까, 이걸 치고 있는 행위 자체에 호흡을 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연주하느냐에 따라 이 악기의 울림과 저와의 연결이 굉장히 다른 거예요. 컨디션이 좋고 나쁨에 따라 악기의 소리 자체가 너무 다른 거죠. ‘내가 앞서 생각했던 것들이 타인에게 전달될 수도 있지만, 이 사물한테도 전달이 되는 거구나. 내 호흡을 이렇게 다스릴지 생각했던 게 악기를 연주할 때 발산되는 소리에 담겨 있구나. 그렇다면 이렇게 변환해서 작업을 하면 재밌겠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행드럼은 악기지만 저는 오브제라고 부르거든요. 이 오브제를 배우면서 더 찾아보고 싶었고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작품을 진행하다 보니, 행드럼과 나의 관계를 넘어서서, 우리가 내고 있는 호흡이 소리가 되고, 소리가 형태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싶다는 더욱 구체적인 생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처음에 ‘행드럼-나-내 호흡’ 이 삼각형만 있었다면, 지금은 폭이 조금 더 넓어져서 ‘호흡-소리-신체’ 이렇게 세 가지로 작업하고 있어요.